사람 냄새 나는 당신이 진정한 장군입니다.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이순신(李舜臣;1545-1598)
한산도에서-이순신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 넓은 바다에 가을 햇빛 저무는데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하늘 높이 날아간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 : 근심스런 마음에 잠 못 자는 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 새벽달은 무심코 활과 칼을 비추네
* 이시는 <재해진영중(在海鎭營中)>의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을 누란의 위기에서 지켜낸 성웅 이순신의 시이다. 그의 이와 같은 평가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수 많은 후세 역사가는 이러한 평가를 긍정하는 쪽이 우세하다. 이 시는 이순신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받아드리게 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 시는 민족적 위기를 당한 극한적 상황을 살아간 인간 이순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로써 장래에 대한 통찰력, 과감한 결단력,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인내력, 그리고 집단 구성원을 위하는 마음을 들고 있다.
여기서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은 또 하나의 덕목이 추가되는데 그것은 “용기”다. 그래서 모든 지도자 중에서 “장군의 자질”은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로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개인으로서는 가장 소중한 생명까지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평범한 인간의 능력은 아니다. 후천적으로 쉽게 길러지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장군은 하늘의 별과 같이 우뚝한 존재이다. “star”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계급장으로 별을 붙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징적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되는 자리다. 실제적 능력이 없는 자는 결코 장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 일 것이다.
이제 한산도(閑山島) 詩를 살펴보자.
먼저, 제1구에서, 시의 배경은 어느 가을, 해 저무는 저녁녘의 남해 바다이다. 그리고 상황은 전쟁중이다.
제 2구에서는 작자가 위치한 공간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즉,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驚寒雁陣) 하늘 높이 날아간다(高)”고 묘사한다. 그런데 이 “추위(寒)”는 어떠한 것이고,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추위는 먼저 늦가을 한산도 앞바다의 해질 무렵의 빈 바다가 보여주는 실제 날씨의 추위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추위는 이러한 바다에서 느끼는 “작가의 심리적인 추위”이다. 현제 상황은 전시이고 적과 아군이 대치하고 있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있는 저녁, 소위 “폭풍 전야”의 이상한 침묵이다. 내일이면 적군과 아군이 격돌하여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는 바다인 것이다. 즉, 바다는 전쟁판인 것이다. 이 무거운 침묵을 미물인 기러기. 높이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가 이를 직감하고, 적어도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뭔가 위험하다는 느낌,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징조인 것이다. 그리하여 기러기는 이 위험을 피해 가려고 오늘 따라 하늘 더 높이 날아가는 듯 하다는 것이다.
제 3구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작가가 느끼는 심리적 정황을 묘사하고 있다. 즉, 인간의 처한 상황과는 아랑곳없이 시간은 흘러 이제 밤이 되었다. 작가는 잠을 전혀 자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곧, “근심스런 마음 때문에 잠 못 자는 밤(憂心輾轉夜)”이라 했다. 잠을 자지 못한 이유는 “근심스런 마음(憂心)”이라고 했다. 작가의 근심은 어떤 종류일까. 그것은 우선은 날이 밝으면 치러야 할 전쟁이다. 아군과 적군 병사가 맞붙어 연출하는, 한산도 앞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아비규한의 전투를 연상한 것이다. 애국의 이름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갈 죄 없고 불쌍한 아군과 적군의 어린 병사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장군은 잠이 오지 읺는 것이다. 전투에 지친 병사는 오히려 잠을 잘 수 있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목숨을 책임지고, 민족의 장래를 걸머진 장군은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적을 이길 작전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전투에 승리하면서도 인명의 피해를 줄일 좋은 작전을 말이다. 이럴 때의 장군은 정말 얼마나 괴로운 것일까. 그 날 밤을 환하게 밝힌 당시의 밤이 눈에 선하다.
제 4구절은 시의 결론이다. 곧, “새벽달은 무심코 활과 칼만 비추네(殘月照弓刀)”라고 했다. 작가가 처한 이러한 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달은 그저 자신의 속성대로 빛을 밝게 비추고, 그 달빛에 쇠붙이가 부착된 활과 칼이 빛을 받아 다시 그것을 반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 작가에게는 그 반짝반짝 반사되는 활과 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왜 그럴까? 작가는 민족을 구하기 위해서 활과 칼을 가지고 전쟁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죽이고 상하게 하는 활과 칼이 싫은 것이다.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달은 그 싫은 활과 창을 비추는가 말이다. 마치 “순신아 너 내일 전투 잊지 말어, 작전은 잘 세웠나? 저기 활과 칼은 잘 준비했나? 그런데 왜 활과 칼을 보려고도 하지 않지? 잊지말아라. 활과 칼 그것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겻이야”하고 환기시켜주듯이 말이다. 즉 이 시는 “전쟁에 임한 한 장군의 나라와 백성과 병사의 안전을 걱정하는 우국충정을 나타낸 시”이다. 너무나 절박하고 진실하고 애절한 시이다. 조금의 과장도 엿보이지 않는다.
아, 이 순신 장군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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